ㆍ멘도시노 에코투어
ㆍ태평양으로 이어져 물개가 손짓하는 ‘빅리버’에코투어의 묘미

헨디우드 주립공원의 레드우드 숲. 가장 큰 나무는 300m나 될 정도로 크다.

샌 프란시스코 사람들이 주말이면 피크닉을 떠나는 곳 중에 멘도시노란 곳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3시간 정도. 탁트인 태평양을 내려다볼 수 있는 풍광과 절벽에 지어진 19세기말의 주택이 펼쳐져있는 꽤 아름다운 도시다. <에덴의 동쪽> 등 영화도 많이 찍었다. 길가의 집들은 갤러리나 쇼핑몰,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참 예쁘다.

멘도시노에선 마을과 바다구경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에코투어도 할 수 있다. 헨디우드 주립공원의 레드우드 숲과 빅리버 카누여행이다.

혹시 자동차가 나무밑동을 지나는 사진을 본 적이 있으신가? 레드우드일 가능성이 높다. 책에는 1억년 전, 가이드는 6600만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과학적으로 보면 인류보다 더 역사가 깊다. 현생인류의 기원은 500만~700만년에 불과하다.

숲은 어둑어둑했다. 워낙 나무가 크고 굵어서 신비감까지 느껴졌다. 높이는 150~300m. 장정 10명이 팔을 펴고 안아야할 정도로 나무는 굵다. 대체 수명은 얼마나 될까? 레인저는 가장 나이 많은 나무는 1500~2000년 정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는 습한 안개가 레드우드 성장에 도움을 준단다. 나무 표면이 푹신푹신한 것은 바로 습기를 많이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란다.

원래 레드우드는 북반구에 가장 널리 퍼진 나무였다. 200만에이커의 숲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난 200년 동안 모두 베어버리고 4%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한 면적을 에이커로 표시하면 2만4500에이커니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848년 새크라멘토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300여명이 살던 새크라멘토는 금세 5만5000명으로 늘어났을 정도. 이후 멘도시노에도 정착민들이 늘기 시작했다. 멘도시노에는 1850년 이전에만 해도 ‘포모’라는 인디언들만 살고 있었다. 처음 정착한 사람은 나나니엘 스미스라는 흑인. 골드러시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고 집을 짓기 위해서 좋은 나무가 필요했다. 멘도시노 레드우드 숲이 파괴된 것은 목재공급 때문이었다. 멘도시노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펼쳐진 거대한 숲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을 평가한다면 ‘탐욕과 탕진의 시대’라고 할 게 뻔하다. 숲이건, 석유건, 해양자원이건 인간은 철저하게 ‘빨아 먹었다’. 지구가 수억년 수천만년 동안 만든 것을 불과 200여년 사이에 소비했다. 1918년에야 ‘레드우드를 살리자’는 시민단체가 조직됐고 그 덕분에 얼마 남지 않은 숲이 보존됐다.

숲에 들어섰을 때 가이드는 일단 트레일을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애기똥풀을 닮은 독초가 있는데 한 번 만지면 1주일 정도 가렵다고 했다. 번개를 맞아 속이 탄 나무들도 있었는데 나무 속까지 썩은 나무는 없었다. 타닌과 산이 많아서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드우드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뿌리는 깊지 않다. 뿌리와 뿌리가 서로 엉겨서 서로를 지탱하는 것이다. 쓰러진 나무는 새끼나무에게 다시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철저히 서로 의지해 사는 나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크고 잘생긴 나무들도 서로 도와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태평양으로 이어진 빅리버도 아름다운 강이다. 카누를 타고 강을 둘러볼 수 있는데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어 꽤 아름답다. 빅리버 여행의 가장 큰 재미는 원래 물개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물개가 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지만 막상 투어 시간이 짧아 물개까진 보지 못했다. 대신 평화롭게 개를 옆에 태우고 노를 젓는 여행자들이 위안이 됐다.

멘도시노에선 스탠퍼드 인이란 목재로 지어진 별장식 호텔에서 묶었다. 이 호텔에 딸린 레이븐스라는 식당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만 내놓는다. 물고기나 유제품도 없는 철저한 비건(Vegan) 푸드. 30여년 전 이곳에 들어왔다는 주인에게 ‘왜 채식주의자가 됐느냐? 채식을 한 이후 뭐가 바뀌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오래전부터 채식을 해왔다. 어쨌든 병원에는 안가고 건강하다”고 했다. 살충제를 쓰지 않고 무당벌레로 벌레를 잡도록 하는 친환경농업을 한다는 와이너리 주인도 레이디벅스(무당벌레)란 와인을 가져왔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호주, 중국기자까지 참석한 저녁은 딱 하나만 빼고 화기애애했다. 바로 주인이 헤어질 때 인사를 나누며 기자를 향해 “개고기 먹지 마세요!”(Don’t eat puppies)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먹고 안먹고, 음식이고 아니고’의 문제를 넘어 타인을 자신의 저울 위에 달아놓고 재는 편견에 화가 났다. 하필 이번 여행에 가져간 책은 개가 어떻게 인간의 가족이 됐느냐를 진화론적으로 분석한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개에 대하여>. 이후 책은 냄새 난 빨랫감 아래 깔렸다.


△멘도시노

*헨디우드 주립공원 www.parks.ca.gov 707-895-3141
*레드우드숲을 살리자 www.savetheredwoods.org
*빅리버 카누여행 www.tourbigriver.com

*스탠퍼드 인 707 937 5615.
레이븐스 채식주의자 식당 www.ravensrestaurant.com 707 937 5615
*요크빌셀라 www.YorkvilleCellars.com 707 894-9177
*우키아브루어리 유기농 맥주집. www.ukiahbrewingco.com 707 468 5898

<멘도시노 |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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